北, 中러英 공관에 “평양 떠나라”

입력 2013-04-06 02:15

북한 외무성이 5일 러시아와 중국, 영국을 포함한 평양 주재 일부 외국 공관들에 직원 철수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절(4월 15일)을 전후한 미사일 발사를 넘어 국지전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에는 별도로 직원 철수를 권고했고, 다른 외국 공관에는 공동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외무부는 “북측으로부터 10일 이후 평양 주재 외국 공관과 국제기구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공보실 명의의 논평에서 “북한 외무성이 한반도 정세 악화와 관련해 평양에 있는 다른 외국 공관과 함께 러시아 대사관이 직원들을 북한에서 철수시킬 것을 제안했다”며 “모든 상황을 고려해 이 통보를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는 아직 제안일 뿐이며 러시아는 상황을 더 분석한 뒤 철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 데니스 심소노프 공보관은 “러시아 대사관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다”면서 “평양은 현재 아주 평온하고 어떤 긴장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국 외무부는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북한이 우리 외교관들에게 떠나라고 했다기보다는 떠날 생각이 있는지를 물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의 수사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 외교부가 평양 주재 외교관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다는 사실을 일부 국가로부터 확인했다”며 “다만 들은 내용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추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주한외교단에 대해 현재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불필요하게 동요하지 말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외교비서관, 국제협력비서관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내용을 분석했다. 또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측이 한 평양 주재 대사관에는 전쟁 발생시 철수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는 첩보도 있어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외국 대사관들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 철수할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모규엽 이제훈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