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미사일 발사 가능성 고조

입력 2013-04-05 02:16

북한이 5일 러시아, 중국 등 평양 주재 주요 외국 공관들에 직원 철수를 권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외교관 철수 권고는 한반도 긴장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넘어 군사적 조치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외교관 철수를 권고한 것은 우선 대남 및 대미 압박 수위를 극대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전략미사일 부대와 장거리포병 부대를 포함한 모든 야전 포병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킨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달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고사령부 작전회의를 주재하고 미사일 사격대기를 지시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남북간 최후 보루로 인식되던 개성공단 진입마저 차단했다. 특히 최근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미국이 최첨단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괌 기지에 투입키로 하는 등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액션을 취하자 외교관 철수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현 한반도 긴장 상황을 매우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은 체제’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인식하에 초고강도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협이 실제 전면전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외국 공관들에 직원 철수를 권고했지만 한편으로는 ‘해외 관광객 유치’라는 앞뒤가 맞지 않은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에 있는 북한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즈’는 이번 달에만도 100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또 북한 고려항공은 최근 중국 상하이·난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평양을 잇는 직항로를 개설했다.

따라서 북한의 다음 카드는 미사일 발사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일 전쟁 위협을 가하는 만큼 대외적으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공해상으로 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무수단급 중거리 미사일을 동해상에 실전배치해 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나흘 앞두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만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이달 15일 전후로 미사일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교관 철수 권고는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미로 보인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2006년과 2009년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도 외교관 철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어도 국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