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쟁타령에 北주민 피로 누적”

입력 2013-04-05 18:35

북한 지도부가 연일 전쟁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북한 주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은 ‘전쟁타령’을 하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긴장상황에도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갈렙선교회 대표 김성은 목사는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요즘 북한 주민들은 전쟁 준비와 훈련으로 이리저리 동원되면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고 한다”며 “전쟁도 안 할 거면서 툭하면 주민들을 불러내 괴롭히기만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주민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군대에 식량을 빼앗기는 일이다.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전투준비 명목으로 3일분의 식량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뒤 이를 모두 군부대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춘궁기에 부족한 식량을 모아 전투식량을 마련해 놓으면 전쟁 준비를 핑계로 군인들에게 조달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전쟁 모드로 일관하는 북한 지도부에 대해 신뢰를 잃고 양치기 소년처럼 여기고 있다고 김 목사는 전했다. 그는 “이 같은 분위기는 국경 지역일수록 더 심하다”고 말했다.

2001년 북한을 탈출했다는 정모(54)씨도 북한 정부의 행태에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씨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삶은 외면한 채 전쟁 준비에 몰두해 주민들이 극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50년 넘게 주민들을 전쟁 준비에 동원하면서 괴롭혔다”며 “하지만 각종 미디어와 인편 등을 통해 주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전쟁 위협은 이 같은 내부 불만을 단속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통일비전연구회 김명성 사무국장은 “김정은은 올해를 체제 집결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3년간 북한 주민들을 단속해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금의 전쟁 위협은 북한을 쉽게 보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라며 “강력한 이미지를 국내외에 심어주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탈북자들은 최근 북한의 전쟁 위협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탈북자 강모(43)씨는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쇼일 뿐”이라고 말했고, 김모(56)씨는 “국지전 발발 가능성이 우려되긴 하지만 지금은 남북한에 고조된 긴장이 오히려 국지전을 억제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도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조모(62)씨는 “전쟁 걱정 없는 자유를 찾아 남한에 왔는데 또 다시 전쟁 소식이 들려온다”며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