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5일새 3조

입력 2013-04-05 18:20 수정 2013-04-05 02:09

거듭된 북한의 도발 위협에 이달 들어 3조원에 육박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했다. 이웃나라 일본까지 엔저(엔화 가치 하락) 공세를 강화해 코스피지수는 연일 급락,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금융시장의 경고음이 커지자 정부와 금융권은 북한 리스크 장기화에 대한 긴급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2.22포인트(1.64%) 하락한 1927.23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2월 7일에 세웠던 올해 최저 종가(1931.77)보다 낮아진 수치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916.77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건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심리였다. 북한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한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808억원을 팔아치우며 올해 가장 큰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이번 북한의 위협은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을 가리지 않고 한국 증권시장에서 서둘러 손을 터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200억원을 매도했다. 지난 4일까지 채권시장에서도 이례적으로 1조5601억원이 매도 결제됐다.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도 국내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을 키우며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3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97엔대를 돌파하며 최근 주춤하던 엔화 약세를 다시 가속화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주식시장이 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의 ‘스펀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잇달아 열며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긴급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경우 관계기관 합동으로 24시간 비상점검 체제로 전환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신용평가사에 설명자료를 보내는 등 한국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이날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별칭 서별관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남북관계 긴장 고조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 추경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 대책, 국민행복기금 조기정착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