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아일랜드 한국인 은닉재산 조사 착수
입력 2013-04-05 18:26
국세청이 유명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재산을 숨긴 한국인이 있는지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미국 워싱턴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국제 미디어들이 협력해 발굴해낸 재산 은닉자 명단을 입수하기 위해 다방면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국세청은 내국인 명단이 확인되면 이들의 재산 형성과정과 유출된 자금의 출처 등을 확인해 세금 탈루 사실이 드러날 경우 철저히 추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ICIJ 등은 버진아일랜드의 내부기록 수백만 건을 입수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영국, 캐나다, 미국, 인도, 중국 등 전 세계 부자 수천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버진아일랜드에는 내국인이 투자한 기업만 80여개에 이르고 과거 역외 탈세조사 과정에서 이곳을 이용한 탈세 사례도 수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 특히 이곳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자녀에게 재산을 편법으로 물려주거나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해 주식을 매입,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차액을 빼돌린 사례 등이 많았다.
따라서 국세청은 이번 명단에 한국인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2년간 10억원 초과 해외 금융계좌 신고를 받았지만 버진아일랜드 계좌신고는 단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신고 때도 스위스(1003억원)와 홍콩(943억원)에서 일부 계좌가 나온 게 전부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버진아일랜드 등 대표적 조세피난처 국가와의 조세협약, 정보교환협정 체결을 요청한 상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