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도 컴퓨터가 채점… EdX, 프로그램 개발
입력 2013-04-05 18:17
만일 논술 시험에서 답안을 작성한 후 몇 주 뒤 교수로부터 성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내기(send)’ 버튼을 누른 뒤 곧바로 채점 프로그램이 자신의 성적을 통보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프로그램이 성적 향상을 위해 다시 써볼 것을 권유까지 한다면 기분은 어떨까.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미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기업 EdX가 이같이 학생의 짧은 논문인 에세이를 자동으로 채점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원하는 기관에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며 인공지능(AI)으로 학생의 에세이를 평가하고 짧은 조언까지도 첨언할 수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이 때문에 교수들의 업무 일부를 분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프로그램 원리는 에세이의 답안지 100개가량을 인간의 도움을 받아 채점한 뒤 프로그램 스스로 훈련을 통해 채점 능력을 고도화시키는 방식이다. 또 채점자가 미리 설정한 점수 체계에 따라 점수를 주도록 했다.
EdX는 프로그램 사용법을 하버드와 MIT는 물론 UC버클리대 등에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공개했다. 올 가을에는 조지타운대와 텍사스대까지 공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프로그램 개발자인 아난 아가왈은 “즉석 채점 프로그램은 유용한 교육도구가 될 것”이라며 “학생은 에세이를 여러 차례 써서 자연스럽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교실에 확실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지선다식 채점이 아닌 주관식 문제에 컴퓨터 자동채점 방식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레 페렐만 전 MIT 교수는 “인간이 하는 채점에 비해 통계학적인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노엄 촘스키 전 MIT 명예교수 등 2000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컴퓨터 채점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문은 컴퓨터 채점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꾸준히 시도돼 왔다며 현재도 루이지애나와 노스다코타, 유타,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이 채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