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 국내 회원 “차단 이전 10년전 연구 목적 가입”… 이메일 도용 주장도

입력 2013-04-05 18:01 수정 2013-04-05 02:16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에 포함된 국내 인사들은 대부분 2004년 이 사이트의 국내 접속이 차단되기 전에 가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0년대 초 학술·취재 목적이나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는 것이다. 가입한 적이 없다며 이메일 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릐“오래 전 학술 목적 가입”=국민일보가 5일 회원명단 인사들과 통화한 결과 “북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학술 목적으로 가입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정치적 활동 여부를 묻자 대부분 펄쩍 뛰며 강하게 부인했다.

역사 관련 학술단체 소속 홍모 연구원은 “평소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아 연구 목적으로 들어가 본 적은 있다”고 했다. 그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조직적으로 활동한 일은 없다”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불법인 시기에 가입했다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한 방송사 기자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방송을 진행할 때 관련 정보를 확보하려 우리민족끼리에도 2~3차례 들어가 봤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프로그램은 2001년부터 방영됐으며, 사이트에 글을 남기거나 자료를 내려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퇴직한 조모씨는 “수업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며 “개성의 남대문 사진을 찾아봤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우리민족끼리의 국내 회원이 꽤 많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명단에 포함된 민주노총 간부 우모씨는 “DJ 정부 때는 국내에서도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접속이 가능했다”며 “경남대 북한대학원에 다니면서 학문적 목적으로 몇 차례 들른 적은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당시엔 햇볕정책 등 북한 연구 목적으로 적지 않은 사람이 가입했다”며 “(학자들이) 논문을 쓰거나 북한 관련 연구를 위해 이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명단에 있지 않았다.

릐“가입 안했거나 기억 안나”=상당수는 가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언론사 기자는 “가입할 이유도, 접속할 필요도 없었다”며 “왜 내 이름이 명단에 들어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의 한 중학교 교사는 “내가 우리민족끼리 회원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검찰에 신고한 상태다. 통합진보당원 박모씨와 한 노동조합 관계자 역시 “절대 아니다”며 가입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였던 김모씨도 “기억 안 난다. 가입한 사이트가 수천 개다. 들어가 봤더라도 오래 전의 일”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이메일 주소를 도용해 가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명단에 나온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김모 전 국회의원(새누리당)은 “가입한 적도 없고 들어가 본 적도 없다. 국회 이메일 주소는 공개돼 있기 때문에 누군가 몰래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경남 밀양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가입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명단에 공개된 ID는 “내 것이 맞다”고 했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에는 통진당 당원, 민주노총 간부, 대학교수, 전교조 교사, 기자, 대학 학생회장 출신, 항공사 기장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가입이 가명으로도 가능해 단순히 명단에 나왔다고 해서 인물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박세환 박요진 수습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