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식비 아껴… 해외출장비 반납한 ‘선량’들

입력 2013-04-05 17:54


국회가 혈세 낭비 또는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잦은 구설수에 오르는 가운데 최근 해외 출장을 다녀온 여야 국회의원 4명이 출장비 일부를 반납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유기준 의원과 민주통합당 배재정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U) 회의에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5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이들은 출장비 중 약 3500달러(한화 약 400만원)를 남겨 국회에 반납했다. 반납한 비용 중 절반 이상은 의원들이 식비 등 체재비를 아낀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부분은 집행되지 않으면 꼭 반납해야 하는 현지 선물비 등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식비 등 체재비는 설령 남았다고 해도 반납할 의무가 없다”며 “정말 덜 먹고 덜 쓴 게 맞다.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해외 출장을 떠날 경우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항공료·숙박료 등은 실비로 처리되기 때문에 출장비를 남기려면 식비와 활동비를 줄여야 한다. 실제로 이번 대표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 폐막 후에는 곧바로 귀국길에 올라 현지 관광이나 고급스러운 만찬 등 ‘외유’를 즐길 틈조차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정애 의원은 국민일보 기자에게 “회의가 많아 빵과 커피로 식사를 대신했고 도시락이 없어 아예 굶기도 했다”며 “현지 공관도 제대로 방문하지 못하다 보니 경비가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출장 기간 동안 가능한 경비를 아끼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후문이다.

출장비 반납 소식을 접한 여야 의원들은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출장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남겼다니 훌륭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러다 출장비 반납 경쟁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니냐” “출장 가서 굶으라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끼는 것도 좋지만 현지 외교 활동에 지장을 줘서야 되겠느냐”며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절한 예산을 편성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