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외탈세 뿌리 뽑지 못하면 만성화된다
입력 2013-04-05 17:52
정부가 역외(域外)탈세를 겨냥해 조사에 나선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지하경제의 양성화뿐 아니라 조세정의를 위해서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탈세는 대다수의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국민경제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세피난처 등으로 재산을 빼돌린 역외탈세 혐의자는 48명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역외탈세는 적발된 것만 2조6218억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정부기구가 우리나라 해외은닉 자산을 860조원으로 추정한 것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듯하다. 지난 2월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일본, 홍콩 등지를 조세피난처로 삼아 세금 2000여억원이나 내지 않은 것을 보면 역외탈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우선 국내 기업들의 20만개 해외법인이 소유한 계좌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잇따라 설립된 해외 현지법인이 대부분 수출과 영업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할 터이지만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는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연한 수순이다. 조세를 회피하거나 사주들의 비자금을 세탁 또는 은닉해주는 수단으로 활용됐을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부 해외법인에서 자금 흐름이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니 이들 법인을 역외탈세 방편으로 이용하는 관행을 끊기 위해서라도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해외법인에 대한 조사가 해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현지 투자를 감소시켜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이번 기회에 역외탈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 단순한 세금탈루와 달리 국부를 해외로 빼돌리는 악질적인 조세포탈이기 때문에 아예 생각지도 못하게 엄정히 대응하는 게 마땅하다. 일회성으로 끝날 게 아니라 상시적인 추적 조사를 하는 한편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탈세 수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첨단 조사 기법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