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대치 출구 찾자… 정치권 ‘對北 특사설’ 솔솔
입력 2013-04-05 17:29
격화일로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사 파견은 한·미와 북한이 강(强) 대 강(强)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대통령 특사라는 독특한 지위를 통해 ‘통큰 해결’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특사를 파견하기 아주 좋은 시점”이라며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나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문성근 전 최고위원 등이 특사로 제격”이라고 제안했다.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특사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메신저다. 한반도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되므로 형식이나 격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특사 필요성을 거론했다.
특사설이 나오는 것은 과거에도 북·미 간 또는 남북 간 교착 상태 때 특사를 통해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시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 10월 23일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이끌어낸 바 있다. 같은 달 10일에는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미 특사인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미사일 문제 등을 논의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1999년 5월에 평양에 파견돼 대북 포괄해법인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한 바 있다.
우리도 박정희 정권 때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보내 7·4 남북공동선언을 합의하는 등 역대 정권에서 꾸준히 특사를 보내왔다. 전두환 정권 때는 장세동 국가안전기획부장을, 노태우 정권 때는 박철언 대통령 정책보좌관, 김대중 정부 때는 박지원 문화부장관, 참여정부 때는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파견돼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거나 긴장 완화 무드를 조성했다.
현 한반도 위기 상황은 남북 간 문제라기보다는 ‘적대시 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북한이 미국에 반발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특사를 파견하거나 적어도 미국 정부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특사로 더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금 상황이 북·미 또는 남북한 간 강한 불신과 감정적 대결 양상도 없지 않아, ‘현직’ 당국자보다는 카터 전 대통령이
나 올브라이트 전 장관처럼 북측이 호감을 갖고 있는 인사가 ‘화해자’ 역할로 나서는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확대 문제 등 기존에 막혀 있던 남북문제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우리 측 특사가 파견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특사보다) 안보위기를 수습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진행될 만한 상황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