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해피 하우스] 자녀는 폭탄, 부모는 폭발

입력 2013-04-05 17:32


10대 자녀들은 재미있고 이상주의적이고 열정적이며, 새로운 활동들을 시도하려고 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길 원한다. 그러나 분노발작, 반항행동, 어리석은 위험 감수하기, 원인모를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마치 어른처럼 진지하고 지적인 대화를 나누다가도 부모의 말 한 마디에 갑자기 반항하며 무서운 짐승처럼 소리를 지른다. 마치 악마가 내 아이를 바꿔치기했나 할 만큼 돌변하여 부모들의 속을 뒤집어놓는다.

그동안 10대의 이러한 행동들을 심리적으로만 설명해 왔다. 소위 ‘정체성 혼미’에서 ‘정체성 확립’을 해야 하는 정신적인 산고(産苦)로 알았다. 그러나 최근 뇌의 영상촬영 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어 10대 행동의 이해가 새로워지고 있다. 10대의 뇌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발달학적 변화를 하는 중이다. 사춘기는 단지 목소리가 변성되고 가슴이 커지는 시기만이 아니라 뇌의 신경학적 변화가 진행된다.

새롭게 발견된 뇌 과학이 10대 자녀의 부모들이 겪는 문제들, 폭력, 잠버릇, 성적 민감성, 우울, 충동적 행동, 반항 행동을 이해하는 데 놀라운 지식을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이 사춘기라는 인생의 힘든 시기를 통과하는 동안 부모가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고 있다. 내 아이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하면 10대 자녀에게 측은지심을 갖게 되고 최선의 양육 방법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이마에 위치한 뇌가 전전두엽이다. 이 전전두엽의 기능이 우리의 행동을 심사숙고하게 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위험을 계산하며 감정적 충동과 욕구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래서 뇌의 관제탑이라고 부른다. 전전두엽이 기능을 못하면 산만하고 위험하고 충동적인 행동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전전두엽이 가장 나중에 완성되는 뇌 부위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사춘기에 비로소 전전두엽은 왕성하게 신경조직이 정착하는 셈이다. 그래서 10대에는 자기통제가 어려운 것이다. l0대의 전전두엽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뇌의 관제탑 역할을 부모와 교사가 대신 해주어야 한다.

10대 행동에는 미숙한 전전두엽 외에도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이 크게 작용한다. 10대가 되면 시상하부는 성장호르몬들을 생산하여 키가 평균 25㎝ 정도 자란다. 성장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키의 급성장이나 갑작스런 변성과 같은 극적인 신체적 변화를 촉발한다. 사춘기 소년들의 경우 하루에 5∼7회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된다. 이때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100배 이상 증가한다. 모든 신체를 관통하는 강력한 화학적 ‘쓰나미’라고 하겠다.

테스토스테론 수용체가 매우 강한 뇌 부위가 ‘편도체’인데 이는 그리스말로 아몬드라는 뜻이다. 편도체가 아몬드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다. 편도체는 테스토스테론을 무척 좋아하여 매우 강하게 흡수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편도체가 ‘공격과 도피’ 중추라는 것이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자주 상승하고, 이 호르몬이 편도체에 가득 차게 되면 10대 소년들은 감정적인 화약통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단순한 말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다. 10대들은 어른들에게 무례하기 쉽다. 특히 부모에게는 노골적으로 마구 행동한다. 부모들은 참 힘들고 감정이 상한다. 문을 “꽝” 닫으면서 “재수없어!”라고 외치는 사춘기 자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 화를 참기가 정말 힘들다.

무례한 행동을 허용하면 안 되지만 사춘기 자녀에게는 규칙을 약간 느슨하게 풀어줄 필요도 있다. 발달학적으로 미완성되고 공사 중인 사춘기의 뇌와 왕성한 성장호르몬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며 그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지혜다. 그래서 성경은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엡 6:4)고 하신다. 물론 10대 자녀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이다.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