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짧은 호흡, 긴 호흡

입력 2013-04-05 17:31

현대인은 참 숨가쁘게 살아가죠. 아침이면 버스정류장에서, 학교 캠퍼스에서 헉헉 숨을 몰아쉬며 뛰어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래요. 뛰어야 살죠. 점수 깎이면 안 되니까 출근시간, 수업시간을 잘 맞춰야죠. 디지털 시계가 1분 1초, 아니 소수점 이하의 시간까지 분절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능력도 그렇게 소수점 이하의 미세한 차이까지 평가되고 분류되는 세상에서는 뛰어야 살죠. 하여 저도 종종 뜁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 삼아 경치구경하는 그런 ‘러닝’ 말고요. 마음은 조바심으로 가득하고 머리는 오만 생각으로 복잡한 채 일터로, 집으로, 약속장소로 그렇게 자주 뛰며 삽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헥헥, 빠르고 짧은 호흡을 하면서요.

그런데 어느 날, 일상이 된 짧은 호흡을 몰아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죠. 고작 시계가 분절해놓은 현대 세계를 살아내는 호흡은 이리 열심히 하면서 정작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내어주신 일생이라는 긴 생명의 시간을 호흡하는 것은 뒷전으로 미루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하나님의 영을 내 몸이, 내 영혼이 가득하게 느끼도록 긴 호흡, 큰 호흡을 해본 적이 언제였지? 날 잡고 맘 잡아 거창하게 숲속에 앉아 도 닦듯 하는 호흡 말고도, 가는 길을 멈춰 막 터져 오르는 꽃봉오리를 보며 맑은 하늘을 보며… 만물에 임재한 하나님의 영을 크고 긴 호흡으로 내 안에 들이마신 적이. 그렇게 내 존재 안에 들어와 생동력 있는 에너지를 주신 주님의 ‘들숨’으로 인해 기쁘게 따뜻하게 신나게 의미 있게 ‘날숨’으로서의 일을, 만남을, 관계를 지어나가는 것이 신앙인일 텐데.

하여, 오늘 출근길엔 정문 앞에서 ‘일단 멈춤’입니다. 깨알웃음을 쏟아내며 등교하는 아이들을 의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길게 ‘들숨’을 쉬어 봅니다. 서둘러 핀 진달래를 신통하게 생각하며 또 한번 ‘들숨’을 쉽니다. 이 호흡이 오늘 하루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날숨’으로 뿜어지기를 기도하면서….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