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하나님이여 다스리소서!
입력 2013-04-05 17:31 수정 2013-04-05 20:31
겨울 동안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긴 고통과 인내의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꽃들을 보면서 부활 생명의 빛이 온 누리와 우리의 삶 속에 비추어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필자는 2013년 부활절을 지나는 동안 칠흑 같은 어둠에 사로잡힌 얍복나루에서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와 생사를 건 씨름을 통해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거듭난 새 인간의 탄생을 떠 올리며 새 시대를 대망하는 꿈을 갖게 되었다.
야곱은 그가 쉼 없이 달려왔던 20년의 삶을 뒤돌아보고 그 앞에 놓인 약속의 땅에서 펼쳐질 삶을 내다보는 자리에 서게 된다. 그에게 속한 소유와 권속들을 강 건너편으로 보내고 홀로 남은 그에게 하나님께서는 천사를 보내 그와 담판 짓기를 원하셨다.
야곱의 삶 가운데 함께하셨던 하나님께서는 조상들의 믿음의 유업을 계승할 야곱을 더 나은 인격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사랑의 채찍질을 가한 것일까. 히브리어 ‘네에바이크’가 ‘먼지를 일으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야곱이 하나님의 천사와 치렀던 영적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상상할 수 있다. 그는 생사가 걸린 영적 전투 속에서도 하나님의 천사에게 축복을 요구한다. 그가 받아낸 축복은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하나는 하나님과 사람과 더불어 싸워 이긴 자라는 뜻이다.
유대교 학자이면서 기독교 신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마틴 부버’는 이스라엘을 참으로 하나님적인 품성과 참으로 사람다운 품성을 그의 인격 안에 받아들이기 위해 영적 투쟁을 잠시도 멈추지 않은 믿음의 장인(匠人)에게 주어진 이름으로 해석한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이고 또 다른 의미는 “하나님이여 다스리소서!”이다. 밤을 새워 벌인 영적 전투를 통해 옛 인간 야곱이 죽고 새 인간 이스라엘이 탄생한 것이다. 환도뼈가 위골되었다는 것은 한 존재에 일어난 본질적인 변화를 뜻한다. 긴 밤의 영적 씨름을 통해 야망에 따라 살아가던 옛 인간 야곱이 죽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새 인간 이스라엘이 탄생한 것이다.
새 인간으로 태어난 이스라엘은 브니엘의 아침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약속의 땅을 향해 전진해 갔다. 새 인간의 탄생을 알리는 성경은 새 인간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길 위에 브니엘의 아침 햇살이 환히 비취었다는 기록을 통해 이스라엘 앞에 열린 무한한 가능성을 지시하고 있다. 그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새 인간이 되었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를 도구로 삼아 믿음의 나라 이스라엘을 건국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모든 인간을 다 사랑하시지만 모든 사람을 그의 동역자로 쓰시지는 않지 않는가.
부활의 증인을 꿈꾸며 이스라엘을 대망하는 것은 우리 시대가 새로운 인간의 출현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교회를 포함하여)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력의 특징은 ‘야곱형’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도력은 야곱형이 아니라 환도뼈가 위골되는 치열한 영적 씨름을 통해 옛 사람의 옷을 벗고 이스라엘로 거듭난 새 사람이다.
야곱형 지도력과 이스라엘형 지도력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야곱과 이스라엘은 그들을 추동하는 힘이 무엇인가에 따라 확연히 구별된다. 야곱형 인간을 추동하는 힘은 야망이다. 야망은 인간의 욕심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야망을 가진 인간은 자신을 파멸시키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패망으로 이끌게 된다. 비전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신을 살릴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을 가져다준다.
새 인간의 출현을 대망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출현이 새 인간의 출현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울사도는 그 자신의 야망과 더불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다시 사는 부활의 새 인간을 꿈꾸며 고백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목포예원교회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상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