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방전도, 찬·반 논란] 말 대신 춤, 전도지 보다 스마트폰

입력 2013-04-05 17:22


전통적인 노방전도의 형식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기타 반주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며 전도지를 나눠주는 방식도 ‘최신 스타일’은 아니다. 전도지 대신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역동적인 비보잉 공연, 국악기인 대금 연주도 거리 전도의 도구로 쓰인다.

노방전도의 방식이 가장 눈에 띄게 변한 곳은 대학 캠퍼스다. 이제 캠퍼스에선 일렬로 서서 전도지를 나눠주고 소리를 높여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서울 대표 이언균 목사는 “캠퍼스에선 10명에게 접근하면 1명한테 겨우 복음을 전하기도 어렵다”며 “기독교에 대해 좋지않은 선입견을 가진 학생들이 적지 않고 밝고 경쾌한 20대 문화에 쉽게 녹아들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새로운 전도기법이 도입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캠퍼스 노방전도에선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가 등장했다. 지난 2일 서울 신촌 연세대 학생식당 인근에서 아이패드로 전도를 하던 경태환(20·생활디자인학과)씨는 “아이패드를 쓴 건 처음이라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전도지를 쓰는 것보다 말 붙이기가 편한 것 같다”고 했다.

아이패드에 담긴 7분짜리 동영상은 모래로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샌드 아트’ 기법을 활용해 제작됐다. 한국CCC 대표 박성민 목사는 “스마트폰 등으로 복음을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전하기 위해 전도책자로 많이 사용되던 사영리(四靈理)를 영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A학점 세미나’를 열어 학점관리법을 알려주고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면서 자연스레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대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가수 소향의 노래, 난타 공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한다.

젊은층을 겨냥한 노방전도에는 격렬한 비보잉 공연까지 접목됐다. 문화선교단체 멘토는 2000년부터 비보잉, 찬양 등의 프로그램을 갖춘 거리공연으로 복음을 전했다. 30명의 멘토 단원을 이끄는 류한상(39) 단장은 20대에 안무가로 활동하다 하나님을 만나 문화전도 사역에 나섰다.

서울 양재동 영일감리교회 집사인 그는 “사람들의 안목이 높아졌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드려야 시선을 붙잡을 수 있다”며 “단순히 동작을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춤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위한 노방전도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대금성가단은 어르신과 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성가단은 2006년부터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하와이의 전통악기인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 대금으로 찬송가 멜로디를 연주했다. 현재까지 300여 차례 공연했고 그리스도인 20여명이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외국인들이 많은 인사동에서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문화공연이라는 측면이 커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아 소음 피해도 거의 없었다. 반응이 좋은 찬송가는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하나님의 독생자’라고 한다.

서울 장안제일교회 시무장로인 남궁련 단장은 “전도지를 돌리지는 않지만 귀에 익은 찬송가를 거리에서 자주 연주하면 자연스레 복음이 전해질 것”이라며 “공연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아멘’ ‘할렐루야’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