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LL 통한 탈북자 越北도 막지 못하나
입력 2013-04-05 17:46
탈북자 이혁철씨가 지난 3일 밤 어선을 훔쳐 타고 월북한 것은 우리 군경의 경계태세와 탈북자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북한의 침략 위협이 연일 최고조를 향해 치닫는 때에 발생한 월북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북한 도발로 인한 국지전을 우려해 우리 군이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벌어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한심한 일이다.
이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 접근하는 동안 군 레이더에 사각지대가 있었다고 군 당국은 해명한다. 뒤늦게 어선을 탐지하고 고속정을 출동시켰지만 NLL을 넘어 손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NLL과 인근 도서가 어떤 곳인가. 남북 간에 수차례 교전이 발생했고 천안함이 폭침됐으며 북한의 도발 위험성이 상존하는 해역이 NLL이다. 또 서해 5도 가운데 연평도와 백령도는 북한군이 호시탐탐 노리는 접적(接敵)지역이다. 다른 해역과 지역에 비해 대북 감시체제와 응전태세를 최고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곳이다.
일촉즉발의 대치 기간에 경계에 실패한 것은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탈북자의 월북도 막지 못했는데, 살인병기 같은 북한 특수부대원이 침투한다면 무슨 수로 막아내겠다는 것인가. 특히 바다 밑으로 은밀하게 잠입하는 북한 소형 잠수정은 어떻게 탐지해서 격침시키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 당국은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새삼 되새겨야 한다.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레이더 사각지대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하기 바란다. 전군의 경계태세도 다시 한 번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탈북과 입북을 수차례 감행한 이씨의 월북을 계기로 부실한 탈북자 관리 문제도 확실하게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소정의 절차를 거치면 탈북자도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면 안 된다. 탈북자가 월북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