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힐러리’ 곧 나와요
입력 2013-04-05 14:27 수정 2013-04-05 17:15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처럼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서 신망 받는 최고위급 여성 외교관을 배출할 수 있을까. 국제무대의 우먼파워는 더 이상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1978년 첫 여성 외무고시 합격자를 배출한 이후 여성의 국제무대 진출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외교가의 여성 파워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외교무대 여성파워
1996년 국내 외교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벌어졌다. 외교부(당시 외무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사가 임명된 것이다. 주핀란드 대사로 임명된 이인호 서울대 교수(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였다. 그는 당시 대인지뢰금지협약 체결과정에서 탄탄한 외교력을 발휘했다.
현재 여성들의 국제무대 진출은 어떨까. 다자외교의 본산인 유엔에서 한국 여성 최고위직 진출 기록은 강경화 유엔 인권부대표가 갖고 있다.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을 역임한 뒤 6년간 인권부대표로 일해 왔다. 그는 8일부터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 사무차장보로 자리를 옮긴다. 개발도상국 인도적 지원 업무를 총괄 조정할 예정이다.
외교부내 노련하고 경륜있는 고위직 여성 외교관들 활약도 눈부시다. 백지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업무지원 대사를 비롯해 박은하 개발협력국장, 한혜진 부대변인, 오영주 개발협력국 심의관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백 대사는 유엔대표부 등 다자외교 업무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 박 국장은 외교부 핵심과제인 공적개발원조(ODA)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한 부대변인은 뛰어난 국제 감각을 갖춘 홍보 전문가다. 외교부, 청와대를 거친 뒤 다시 외교부로 컴백했다. 오 심의관 역시 다자외교의 에이스로 꼽힌다.
모든 정부부처 중에서 여성 파워가 가장 두드러진 곳이 외교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외무고시 여성 합격률은 2007년 67.6%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후 매해 50∼60%선을 유지한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소수다. 외교부의 1등서기관(4급) 이상 957명 중 여성은 94명에 불과하다.
여성은 남성보다 뛰어난 외교관인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월 첫 출근길에 했던 말은 “남성이 국무부를 잘 이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였다. 직전 8년간 미국 외교를 이끌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을 두고 한 말이다.
그렇다면 국제무대를 주름잡는 여성 외교관들의 업무능력은 과연 남성보다 뛰어난 것인가. 미국의 유명 언론인 앤 맥피터스는 ‘예스(Yes)’라고 답한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게 대화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맥피터스는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여성 3명을 예로 들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국제사회에 보스니아 내전의 인권 참상을 감성적으로 호소해 전쟁 종식에 큰 역할을 했다. 라이스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외교사령탑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클린턴은 역대 어느 남성 장관보다 더욱 많은 국가(110여개국, 비행거리 150여만㎞)를 방문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국무장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맥피터스는 특히 전 세계 여성들의 국제무대 진출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올브라이트 효과’가 컸다고 말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감각에서 이유를 찾았다. 여성은 직감적이고 감성지수가 높으며, 화법에 능하고 포용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남성에 비해 교감 능력이 월등히 좋은데다 대화에 귀를 잘 기울여주는 습성이 외교 무대에서 커다란 특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베리 시카고대 교수는 다른 이유로 여성 공직자의 장점을 설명한다. 여성이 소수라는 핸디캡 극복을 위해 남성보다 더욱 성실하게 일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모습이 훗날 훨씬 나은 정책결정자가 되는 바탕이 된다고 그는 소개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