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강주연·정의혜 1등 서기관 “여자라고 특별 배려 없어요”

입력 2013-04-05 14:27 수정 2013-04-05 17:05


여성 외교관들의 생활은 어떨까. 결론은 ‘남성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여성이 극소수였을 때는 재외공관 배치 등에 알게 모르게 신경써준 것이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남성과 똑같이 험지로 분류되는 공관에 배치되고 야근 역시 다반사다.

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베테랑 여성 외교관 2명을 만났다. 강주연(40), 정의혜(38) 1등서기관은 1997년 입부한 외무고시 31회 동기다. 두 사람이 외교부에 들어올 때만 해도 여성은 많지 않았다. 동기 45명 중 여성이 9명으로, 당시로선 최다 기록이었다. 이들은 여성이 유엔 등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다자(多者) 외교에 특화돼 있다는 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정 서기관은 “여성이 다자외교에 잘 어울리는 게 아니라 개인 특성 또는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그런 인식들이 요즘엔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상대하는 양자(兩者) 외교 업무는 미·중·일·러 등 이른바 4강 외교로 통칭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십 년 전 여성이 외교부에 거의 없을 때는 끼어들 틈이 없었을 뿐이라는 의미다. 그는 “최근 들어오는 여성 후배들은 업무에 가리지 않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배려를 받는 사례도 없다. 강 서기관은 2010년 뉴욕 유엔대표부에 근무하다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파견발령을 받았다.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 위험한 지역이었다. 강 서기관은 “로켓포 폭발음이 들리고 숙소 부근 상점도 폭탄테러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났던 곳”이라고 표현했다. 외부에 나갈 때는 방탄차량을 타야 했지만, 3개월 파견기간 중 그는 업무 외에 짬을 내 현지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글을 가르쳤다. 이후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대사관에서 2년여 동안 근무했다. 그는 “아프간과 에티오피아 생활은 사고의 폭을 넓혀준 값진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서기관은 경제통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이다. 국제협약·인권사회 분야를 거친 정 서기관은 대통령 영어통역을 맡았을 정도로 뛰어난 영어실력을 인정받는다.

두 사람은 여성만을 위한 복지 또는 배려는 사양한다고 말했다. 남성 동료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고, 업무능력은 성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 서기관은 “여성들이 과거 업무와 가정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가정을 위해 한쪽을 일부 포기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여건이 훨씬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