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허문 종묘∼창경궁 담장 다시 잇는다

입력 2013-04-04 21:52


일제가 1931년 민족혼 말살정책 차원에서 담장을 허물고 도로(현 율곡로)를 만들어 단절시킨 종묘∼창경궁 연결 구간이 83년 만인 내년에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다.

서울시는 내년 12월까지 율곡로 창경궁 앞 도로구조개선 공사를 하면서 종묘∼창경궁 사이 궁궐담장을 원 위치에 그대로 복원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시는 80.3m 구간의 기초석을 포함해 길이 498m 궁궐담장을 1931년 발간된 조선고적도와 1907년 제작된 동궐도를 근거로 선형을 되살릴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4월 문화재청이 허가한 대로 담장 기초석 80.3m 중 16m는 위치를 4.3m 높여 복원할 계획이었으나, 기술 검토 끝에 터널구조를 변경해 전 구간을 원 위치에 복원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지반 높이를 도로개설 이전의 옛 모습대로 맞추고 복원 구간 중 300m 구간엔 터널을 설치해 지하차도를 만들 계획이다. 터널 상부는 흙을 덮고 녹지를 조성할 예정인데 참나무류, 귀롱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창경궁과 종묘에 분포돼 있는 고유 수종을 심어 다층 구조의 전통 숲으로 복원키로 했다. 일제가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놓고 일본식 육교로 연결하면서 사라진 북신문도 복원한다.

터널 내부 양측엔 자전거 겸용 보도를 설치한다. 상습정체구간인 창덕궁 돈화문∼원남4거리 약 690m 병목구간은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된다.

시는 2010년 10월 착공한 율곡로 구조개선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인 궁궐담장 기초석이 발견되자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 발굴조사를 벌였다. 3곳에서 궁궐담장 기초석을 발굴하고, 복원을 추진해 왔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