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근은 거부하고, 대규모 리콜은 밀려오고

입력 2013-04-04 20:22

엔저 파고 속 성장이냐 추락이냐 시험대 선 현대차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13개 차종 187만대의 차량을 리콜하기로 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에서 실시한 리콜 규모 중 최대인 데다 안전성과 직결되는 결함이기 때문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관리국은 168만대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아 추돌 위험성이 있고, 나머지 19만대는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펼쳐질 때 천장 구조물이 함께 떨어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정상에서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 1위를 달리던 일본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어 위기에 놓였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리콜을 숨긴 도요타와 달리 현대차가 관련 조사에 직접 참여해 결함을 인정하고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 판매된 16만대에 대해서도 발빠르게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문제는 나사가 풀렸다는 징후들이 자주 나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역대 최고치인 8.8%로 끌어올리며 명실상부한 세계 5위를 이어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고전한 것과 달리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을 넘어서며 ‘씽씽’ 달렸다. 과거 싼 가격과 10년·10만 마일 보증 프로그램 등 파격적 서비스만으로 올린 성과도 아니다. 품질로 승부해 당당히 얻어낸 결과다. 하지만 최근의 잇따른 리콜은 우려스럽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연비 과장으로 홍역을 치렀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미국에서 엘란트라의 에어백 결함으로 12만3000대, 7월에는 쏘나타와 싼타페 22만대를 리콜했다. 잦은 리콜은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

잘나갈 때일수록 자만하지 말고 품질과 서비스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미국과 일본이 양적완화로 자국 기업 지원에 나서면서 대외 환경이 극히 어렵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엔저 영향으로 무려 10.4%나 줄었다. 현대차그룹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면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견제도 본격화할 것이다. 엔저 파고와 미국 업체들의 견제를 넘어서려면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부품 하나하나에 더 신경을 쓰고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리콜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노조가 주말특근을 4주째 거부하고 있다니 말이 되는가. 그것도 주말특근 1개조가 14시간 하던 것을 2조 교대로 8+9시간씩 나눠 하는데 일은 덜 하면서 돈은 예전과 똑같이 받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각종 수당을 포함해 현대·기아차 노조 조합원들의 연평균 소득은 1억원가량으로 귀족노조 소리를 듣지만 생산성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나 중국 베이징 공장보다 뒤떨어진다. 현대차는 미국 GM이 강성 노조에 끌려가다 몰락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회사가 성장하지 않으면 과실도 나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