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은 뭐에 취했기에 만날 전쟁타령인가
입력 2013-04-04 20:21
북한 정권은 이성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요즘이다.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통행을 금지시키더니 4일 새벽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내 미국과 우리나라를 겁박하고 나섰다. 담화는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된 것은 미국의 책임이라면서 “우리 혁명의 무자비한 작전이 최종적으로 검토·비준된 상태에 있음을 정식으로 백악관과 펜타곤에 통고한다”고 했다. 이어 “남조선의 현 괴뢰당국자들과 군부 깡패들에게도 경고 신호를 보낸 상태”라며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말겠는가가 아니라 오늘 당장인가 아니면 내일인가 하는 폭발 전야의 분분초초를 다투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마침 북한이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이동시킨 정황이 포착됐다. 조만간 미사일 시험 발사라는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폐쇄가 눈앞의 현실로 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는 10일까지의 남측 근로자 귀환 계획을 제출하라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영변 핵시설의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 재가동을 위한 공사도 재개됐다고 한다.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는 북한의 동시다발적인 도발 위협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에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오는 13일이나 김일성 생일(15일)을 즈음해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조치를 취할 소지가 있다. 김정은이 미국과 맞설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대내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체제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들 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다시 감행할 경우 한·미로부터 강력한 보복을 받아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29세밖에 안 된 김정은이 자충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동향을 보고받고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비상시국임에도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등 일상적인 국정 운영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과민하게 반응할 경우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북한은 개성공단을 정치적 제물로 삼지 말라”며 즉각적인 통행 재개를 촉구했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안보의식을 다잡아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