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平墳운동’ 허난성 농민들 울분… 분묘 강제로 밀어버려

입력 2013-04-04 18:30 수정 2013-04-04 22:30

중국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시 대다수 농민들은 올 청명절에 성묘를 할 수가 없다. 허난성 정부가 기계화 영농을 해야 한다며 농토에 산재한 분묘를 평평하게 밀어버리는 ‘평분(平墳)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청명절은 조상을 기리기 위해 가족 단위로 묘지를 찾는 전통 명절. 묘소를 돌보고 종이돈을 태우는가 하면 폭죽을 터뜨리기도 하면서 후손의 도리를 다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명절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돼 올해의 경우 4일부터 6일까지 휴무일이다.

홍콩 명보(明報)는 4일 허난성 일부 지역 농민들이 조상 묘소를 ‘도둑’ 맞은 기막힌 사연을 전했다. 허난성 일대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지나가다 보면 양편으로 보리밭이 펼쳐지고 조그마한 둔덕이 수없이 나타난다. 둔덕들은 이곳 가난한 농민들이 편하게 쓴 묘지들. 형편이 어려운 농민들은 풍수지리를 따지지도 않고 밭 한쪽에 구덩이를 파고 관을 묻은 다음 작은 봉분을 만드는 것으로 장례를 마친다.

이러한 분묘가 변을 당한 것은 지난해 6월. 당시 허난성 정부가 농토를 늘린다는 명분을 앞세워 ‘평분운동’을 강제적으로 시작하면서 저우커우시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한 것. 당국은 묘소를 밀어버리는 대신 묘소 1기당 200위안을 지급한다고 약속했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일부 농민은 청명절이 다가오자 당국 몰래 새로 무덤을 만드는가 하면 밭 한쪽의 조상 묘소 원래 위치에 막대기를 세워 표시를 하기도 했다. 한 농민은 “전국적으로 모두 평분운동이 벌어졌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겠지만 이곳에서만 무덤을 깔아뭉갰으니 어이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