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은닉 세계 부호들 ‘딱 걸렸네!’… 英가디언, 200만건 단독 입수 신원 파악 마쳐
입력 2013-04-04 18:29
캐나다 상원의원의 남편인 토니 머천트 변호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80만 달러를 역외신탁으로 예치했다. 그는 이 돈을 예치하면서 수수료는 현금으로 지불했고 관련 업무 지시도 최소한도 문서로만 했다.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의 부인 올가 슈발로바는 ‘절세’를 위해 역시 버진아일랜드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일 고위공직자의 경우 해외은행계좌를 포함해 펀드나 주식 등 역외자산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면직할 수 있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독일 최대 철강업체인 타이센 그룹 회장 미망인이자 예술품 수집가인 스페인의 바로네스 카르멘 보르네미사도 주로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업체를 이용해 그림을 구입한다.
이들은 모두 버진아일랜드에서 거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부호들의 조세피난처 역할을 하는 버진아일랜드에서 벌어진 금융거래내역 및 이메일, 각종 문서 등 무려 200만건을 단독 입수해 금융거래자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회사등록 요건에 이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규제 당국조차 기업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특정인의 금융거래 내역이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거래내역자는 미국과 캐나다,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이란, 중국,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이었다.
신문이 입수한 금융거래내역은 10년간 이뤄진 것으로 무려 200기가바이트 분량이다. 이곳에서 파생돼 싱가포르나 홍콩, 심지어 쿡아일랜드 같은 곳으로 이어진 거래내역까지 파악할 수 있다.
신문은 이번주 역외재산 은닉자 명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거래내역이 소상하게 밝혀지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으로 자료를 분석했으며 이를 근거로 버진아일랜드에 묻어둔 돈의 규모가 무려 20조 달러(약 2246조)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국 역시 지난해 국세청이 이곳에 제3국 국적의 한국변호사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회사자금을 빼돌린 김모씨를 적발하기도 했다.
주요 고객으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선거자금 공동 재무담당자이자 친구인 장 자크 오기에를 비롯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그의 두 딸이 세운 건설업체인 하산 고잘도 버진아일랜드에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었다. 모두 절세를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다.
이 밖에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장녀인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나 바야소그트 전 몽골 재정부 장관도 2008년∼2012년 스위스계좌를 이용해 이곳에 회사를 설립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는 무려 100만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가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운영한 것이 드러나 망신을 당한 상황에서 막내딸인 크리스티나 공주 역시 남편의 부패 의혹과 관련해 오는 27일 마요르카 법원에 출석하게 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유럽 언론들이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