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 일부 업체, 北직원에게 주던 간식도 비상식량으로 비축

입력 2013-04-04 18:10


북한이 이틀째 개성공단 출경을 불허한 4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출경을 기다렸던 이들의 표정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첫 출경 예정 시간을 앞두고 출입사무소에서는 “출경이 불가하니 복귀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대합실에서 혹시나 출경 재개 소식을 기대했던 이들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와이셔츠를 생산하는 업체 소속 김모(62)씨는 “어제도 와서 기다렸는데 오늘도 못 들어가게 됐다”며 “이번엔 사태가 오래 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방용품 생산 업체의 식재료를 싣고 출경하려던 정모(63)씨는 바로 북측 사무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도 못 가게 됐다. 창고에 있는 라면이나 빵을 잘 보관해 두라”고 말했다. 가스·원자재 등을 실은 차량 10여대도 CIQ를 통과하지 못하고 방향을 돌려 돌아가야 했다.

출경은 불허됐지만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돌아오는 입경은 이날도 가능했다. 오전 10시15분쯤 이날 첫 입경자가 출입사무소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휴대전화 조립 업체에서 근무하는 권모(39·여)씨는 “세관 검사가 강화돼 검사하는 군인이 평소보다 배 정도 늘었다”며 “북한에서 가져가는 물건이 없는지 가방을 철저히 검사했고, 평소와 달리 제품 수량도 꼼꼼히 체크했다”고 말했다. 낮 12시 입경한 한모(56)씨는 “세관 검사하는 군인 중 배지를 달고 있던 고위 간부도 3∼4명 있었다”고 전했다.

출경 금지가 지속되면서 조업을 중단한 기업도 속속 생겼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옥성석(59) 부회장은 “북쪽 근로자들은 정상 출근하고 있지만 가스나 원자재가 떨어져 조업을 중단한 곳이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가스 공급이 필수적인 의류업체가 전체 입주 기업의 60%여서 앞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두 생산 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모(56)씨는 “북한 근로자들이 평상시보다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다소 나태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5일은 북한이 공휴일로 지정하는 ‘한식’으로 입·출경이 없다. 사실상 주말이어서 개성공단 직원들은 기존 식량으로 5일 이상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입주해 있는 편의점 세 곳도 식자재 여유분이 많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정모(63)씨는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해 오후 시간에 북측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주는 빵을 남측 직원의 비상식량으로 비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업체에서는 당장 끼니 수나 반찬 수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