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조선사 2012년 차입금 21조… 1년새 44% 급증

입력 2013-04-04 18:09 수정 2013-04-04 22:37


조선업 불황지속으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차입금이 크게 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국내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국내 7개 대형 조선사의 총 차입금은 21조원으로 전년 말(14조6000억원)보다 43.8% 증가했다.

7개 조선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으로 총 차입금은 은행차입금과 회사채를 합한 것을 말한다.

이들 대형 조선사의 재무구조는 금융위기 이후 크게 악화됐다. 7대 조선사의 차입금 합산액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1조∼2조원대에 그쳤으나 2009년 말 12조1000억원, 2010년 14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11년 말 14조6000억원으로 소폭 개선됐으나 지난해 20조원을 넘겼다.

‘빅3’ 중 현대중공업은 2009년 말 차입금이 3조9600억원에서 6조5400억원으로 65.2% 늘었고, 대우조선해양은 2조9300억원에서 4조800억원, 삼성중공업은 1조4800억원에서 2조9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차입금 증가는 지난해 수주가 줄고 건조 수익성이 하락한 데다 대금 회수가 지연된 까닭으로 풀이된다. 2008년 말 197조2000억원에 이르렀던 7대 조선사의 수주 잔고는 매년 줄어 작년 9월 말 현재 116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조선사들은 안정적인 공정을 위해 2년치의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지만, 선박시장 불황으로 적정 수준의 일감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수주가 부진하자 계약 때 받는 선수금(계약금)도 줄어들어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2008년 말 34조5000억원에 달했던 선수금은 작년 9월 말 현재 15조6000억원에 그쳤다.

최근 3대 대형사를 중심으로 수주가 확대되고 있는 해양플랜트도 최종 인도 또는 설치 완료 시점에 대금의 상당 부분을 받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선 글로벌 최고 수준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 업체들까지 유동성 위험이 증대해 중소 조선사에서 시작된 워크아웃 바람이 점차 대형사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