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남북 긴장 속 분단 상징 ‘DMZ’에 ‘평화의 소나무’ 2018그루 심었다

입력 2013-04-04 18:50

‘지뢰로 점령된 전쟁의 땅을 평화·생명·미래의 숲으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뜻깊은 식목 행사가 열렸다(사진). 대한적십자사와 강원도는 4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송현리 DMZ박물관 광장에서 DMZ 설정 60주년, 청소년적십자(RCY) 창립 60주년을 맞아 ‘DMZ-RCY 평화의 숲’ 조성을 위한 협약(MOU)을 맺고 기념행사를 열었다. 유중근 한적 총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RCY 단원, 지뢰 피해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행사 뒤 지뢰가 제거된 인근 야산 2㏊에 2018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3월 각급 학교에서 조직된 RCY는 같은 해 4월 임시수도인 부산 암남동에서 국내 첫 식목 행사를 가졌다. 2003년에는 처음으로 남북 RCY 단원들이 함께 금강산에서 나무심기를 했다. DMZ는 53년 7월 27일 ‘한국전 정전협정’에 의해 설치됐다. 유 총재는 “식목일과 RCY의 깊은 전통을 이어받아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적십자운동의 인도주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식수 행사에는 2003년 ‘남북 RCY 우정의 나무심기’에 초등학생으로 참가했던 박용희(22·고려대 1학년)씨와 민통선 내 지뢰피해 주민 10여명이 참여했다. 박씨는 “당시 북한 RCY로 식목 활동을 함께했던 이설주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적은 당시 식목 활동에 참가한 이설주가 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부인 이설주와 동일인물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열두 살 때 친구 2명과 함께 학교를 가던 중 지뢰 폭발사고를 당한 김정호(60·강원 철원군)씨는 “민통선 인근에는 아직도 지뢰가 많이 남아 있고 피해자도 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지뢰나 전쟁의 아픔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사고로 왼쪽 손목과 오른쪽 눈을 잃었다. 이후 장애의 고통으로 자살 시도까지 하는 등 순탄치 못한 생을 살다가 지난해 3월부터 한적과 삼성의 후원으로 의료 및 생계비 지원을 받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