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지하경제 전면전] ‘페이퍼 컴퍼니’ 대대적 색출… 비자금 세탁 뿌리뽑기
입력 2013-04-04 18:00
사정당국이 기업들의 해외법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해외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를 통해 조세부과를 회피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하경제’의 생태계가 형성되는 곳이 바로 이들 해외법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국내기업들이 별도의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행태가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이들 가운데는 수출과 영업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도 상당수 존재한다. 사정당국은 바로 이들이 조세를 회피하거나 사주들의 비자금을 세탁 또는 은닉해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외법인이 하나 설립되면 그 밑으로 여러 개의 다른 법인이 또 만들어지고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2년 안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영업이나 이윤 창출을 위한 활동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런 활동은 없고 특정 목적에 이용된 듯한 흔적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맞춤형 복지’ 등을 위한 세수와 재원을 확보하고 조세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역외탈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정부에서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이 모두 동원돼 대대적인 해외법인 조사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미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조직·인력 재정비를 마쳤으며, 검찰도 세수확보와 기업들의 공정거래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기획수사에 착수할 태세다. 검찰 간부는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는 검찰로 보면 두 가지 과제가 있다”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역외탈세와 고소득자, 대재산가의 조세회피 관행을 끊는 것과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강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해외법인 조사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조세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해당국 정부의 도움 없이 우리 사정당국이 무조건 해외법인의 상세한 자금거래와 계좌를 훑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역외탈세 문제로 20만개에 이르는 해외법인을 전수 조사할 경우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연스레 대기업의 해외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현지 투자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신창호 유성열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