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지하경제 전면전] 공정위, ‘사격명령’ 대기… 6∼7월께 4대 그룹 조사 착수설

입력 2013-04-04 18:02 수정 2013-04-04 22:17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의 한 축을 맡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준경의 십자선을 대기업에 맞추고 사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아직까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새 위원장이 임명되고 조직이 추슬러지는 6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대기업 옥죄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4일 “위원장 인사청문회가 순조롭게 끝난다면 6∼7월쯤 조직 개편과 후속 인선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국정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일각에서도 6∼7월에 4대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다. 지난 3월 공정위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과 공시 여부를 점검해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이 과정에서 얻은 자료를 통해 후속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경제민주화 과제의 대부분은 경제력의 우위를 앞세운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공정위 업무와 연관돼 있다.

여야가 일감 몰아주기와 하도급업체에 대한 횡포 등을 막기 위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공정위는 이달 중으로 대기업을 단속할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공정위 안팎에서는 조사국 부활 등 대기업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한만수 위원장 후보자가 역외탈세 의혹으로 낙마하고, 이어 뒤늦게 노대래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결재권자의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어 아직 실질적으로 나서진 못하고 있다. 실·국장 및 후속 인선과 조직 정비가 늦어지면서 현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사건은 오로지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규정된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서 공정위의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공정위는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계없이 고발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라며 “고발권을 나눠 가진 다른 기관과 비교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의욕적으로 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국정과제를 통해 대기업과의 일전을 선포한 상태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이미 벌어들인 이익도 과징금을 매겨 환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경제비리 사건의 형량을 높이고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에 대한 사면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