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 대로 거두었으면…” 특별한 날 나무심기 붐

입력 2013-04-04 17:57


나무를 심으며 특별한 추억을 쌓는 신개념 ‘식수(植樹) 이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자녀 출산이나 결혼 등 특정일을 기념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주부 고현정(32·여)씨는 지난달 집 근처 공원에 남편·아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넘나무’ 묘목을 심고 난 뒤 나무 옆에서 웃는 아들을 보며 고씨 부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007년 결혼한 고씨 부부는 4년 넘게 아기를 갖지 못해 인공수정·시험관 시술 등 안 해본 게 없었다. 결혼 두 달 뒤 아기를 가졌지만 곧 유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고씨 부부는 그러면서도 아기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로 적었다. 가장 하고 싶었던 건 공원에 아기 이름을 딴 나무를 심어 함께 키우는 것이었다.

2011년 마침내 기다리던 아들 범수가 태어났고, 지난달 14개월이 된 범수를 데리고 나무를 심었다. 묘목을 심고 ‘범수 왕자님 나무’라는 이름표를 걸었다. 고씨는 “아기가 나무와 함께 자라면서 자연의 소중함도 느끼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며 “온 가족이 함께 나무를 가꾸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6일 결혼을 앞둔 김성훈(36)씨 역시 최근 예비신부와 함께 제주 오등봉 공원에 결혼 기념 나무를 심었다. 양가 어른들도 김씨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며 각각 나무 한 그루씩을 심었다. 김씨는 “쑥쑥 자라는 나무처럼 가정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무를 심게 됐다”며 “꾸준히 물과 거름을 주며 기념일마다 찾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수 이벤트가 확산되면서 고무나무나 갈나무 등 손쉽게 심을 수 있는 묘목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나무에 거는 이름표를 친환경 재료로 제작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지자체에서도 기념일 식수 이벤트가 인기다. 제주시는 지난달 13일 110가정이 참여해 나무를 심는 행사를 진행했다. 2010년부터 진행된 이 행사는 날로 참가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경남 창원시도 출생·결혼 등을 기념해 직접 나무를 심는 시민기념식수 행사를 열고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