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 버릇 못고친 ‘大盜’… 조세형, 강남 빌라 털다 또 체포

입력 2013-04-04 17:57 수정 2013-04-04 22:23

“돈에… 돈에 눈이 멀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사무실을 차려야만 사회인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부끄럽습니다.”

4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1팀 사무실. 1970∼80년대 부유층 집만 골라 절도행각을 벌였던 ‘대도(大盜)’ 조세형(75)씨는 고개를 숙인 채 잘못을 빌었다.

조씨는 3일 오후 9시5분쯤 서울 서초동의 한 빌라에 몰래 들어가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 절도)로 경찰에 검거됐다. 조씨는 미리 준비한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와 펜치 등을 이용해 화단 쪽 유리 창문을 깨고 침입해 로렉스 시계 두 개와 보석 등 시가 3000만∼5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33점을 훔치다 주민 신고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대도로 이름을 떨쳤던 조씨는 10여년 전 목사 안수를 받고 무의탁 노인이나 노숙인을 대상으로 봉사해 왔다. 전국 교회를 돌며 간증 집회도 다녔고, 범행 3일 전에는 대구의 한 교회에서 집회까지 했던 터였다. 하지만 그의 ‘도벽’은 다시 도졌고 끝내 떨쳐내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교회에서 매월 100만∼150만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아 생활고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2년 전엔 사기를 당해 3000만원가량의 빚을 떠안고 있었고, 목회활동 등을 하면서 사무실이 필요해 절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한때 유력인사의 집을 대상으로 절도행각을 벌인 뒤 훔친 금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의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1982년 붙잡혔다가 탈주에 성공했지만 1년 뒤 체포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998년 11월 만기 출소한 조씨는 이후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조씨는 당시 담당 검사였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그에게 성경책을 건네면서부터 종교에 입문하게 됐다. 조씨는 정 총리를 다른 검사들과 달리 온화하고 따스했으며 성경 읽기를 권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그는 절도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2000년 11월 신앙 집회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조씨는 대낮에 도쿄의 한 주택가 빈집에 들어가 금품을 털다 경찰이 쏜 총에 맞고 검거됐다. 당시 그는 한 경비업체 유급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05년에는 서울 마포의 한 집을 털다 붙잡혔고, 2011년에는 경기도 부천에서 금은방 주인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았다. 조씨는 “정말 신자가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 때문에 죽고 싶다. 더 이상 크리스천이라고 말할 자신도 없다”며 한숨지었다. 한림대 범죄심리학과 조은경 교수는 “평생 절도행각을 이어온 조씨는 범죄를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며 “교정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