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파헤친다… 네티즌 수사대 ‘빛과 그림자’

입력 2013-04-04 17:58 수정 2013-04-04 22:26


최근 축구선수 기성용(24)과 배우 한혜진(32)이 커플인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네티즌수사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26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혜진의 형부인 배우 김강우의 아들 사진이 올라온 것이 발단이 됐다. 네티즌들은 김강우의 아들이 앉아 있는 유아용 매트와 기성용이 지난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속에 등장하는 매트의 모양이 펭귄과 풀, 무당벌레 그림이 새겨져 있는 등 정확히 일치하는 걸 찾아냈다. 기성용의 사진과 김강우 아들 사진을 근거로 네티즌수사대는 기성용이 한혜진과 함께 김강우의 집을 방문했을 것이란 점을 추론해 냈고, 두 사람의 연애설을 확산시켰다.

네티즌들은 또 한혜진과 기성용이 2011년 6월 13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박지성 선수 자선축구대회에서 처음 만난 후 나눈 트위터 대화 내용까지 찾아냈다.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네티즌들은 미국 과학수사대(CSI·Crime Scene Investigation)에 빗댄 네티즌수사대(NCSI·Netizen Crime Scene Investigation)라고도 불린다.

네티즌 수사대는 파헤치기라는 공동의 미션을 수행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인터넷 공간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NO.1 네티즌 수사대’, ‘네티즌과학수사대’(이상 네이버) ‘네티즌 수사대(다음)’ 등 관련 카페들도 있다.

한 네티즌수사대 커뮤니티의 회원인 박모(24)씨는 “목표 대상이 정해지면 회원들은 각자 SNS 검색이나 구글링을 통해 목표의 최근 몇 년간의 기사, 사진, 작성글, 신상정보 등을 캐낸 뒤 카페나 블로그 등에 공개하고, 그렇게 모인 정보들을 조합해 추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회원끼리 해킹 기법 등의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퍼트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배우 박시후 성폭행 사건의 피해 여성이라며 엉뚱한 여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신상 정보가 노출되면 네티즌들의 갖은 질타와 인신공격을 받게 된다.

네티즌수사대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4일 네이버의 한 카페에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 본인에게 시비를 건다며 회원들에게 상대의 닉네임과 실명을 공개하고, 신상을 캐달라는 부탁의 글이 게시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당사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인터넷에 부적절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유포자는 명예훼손, 폭력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