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허무한 역전패… 알짜 김주찬 부상 “잔인한 4월이여…”

입력 2013-04-04 17:35 수정 2013-04-04 22:43

사제지간인 김응용 한화 감독과 선동열 KIA 감독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9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 감독은 한화의 4연패에 “다시 감독을 하고 난 뒤 혈압이 15(mmHg)는 올라갔다”며 한숨을 내쉬었고, 선 감독은 FA 모범생 김주찬의 손목 부상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을 잃었다.

김 감독은 개막전에서 롯데에 이틀 연속 역전패한데 이어 제자인 선 감독이 이끄는 KIA와의 맞대결에서도 2연패를 당하며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KIA와 삼성을 지휘할 때 보여줬던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은 사라지고 초조해하고 답답해하는 모습이 최근 TV 화면에 많이 잡히고 있다.

문제는 한화가 단시간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개막 4경기에서 무려 33점을 허용한 마운드는 안타까울 정도다. 게다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기간 상대 팀에 내준 사사구는 38개가 된다는 점이다. 경기당 평균 8점의 실점은 대부분 이 사사구에서 비롯됐다. 조금만 위기상황이 와도 스스로 무너지는 게 지금 한화 마운드의 현실이다.

수비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한화는 실책 3개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0개), 넥센(2개)에 이어 두산, LG와 함께 적다. 하지만 이것은 공식 기록일 뿐 어설픈 중계 플레이나 수비 미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김응용 감독의 혈압이 떨어지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선동열 감독은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속이 터지는 것은 비슷하다. KIA가 올 시즌 앞두고 50억원에 영입한 김주찬은 공수주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선 감독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3일 한화 유창식의 공에 맞아 왼쪽 손목 골절로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으며 선 감독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선 감독은 한화전에서 12대 1 대승을 거두고도 웃지 못했다.

선 감독은 지금 김주찬의 공백을 메울 전략을 짜느라 머릿속이 복잡할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KIA에 김주찬만큼 되지는 않지만 대신할 수 있는 자원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선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2번 타순일 것으로 보인다. 2번 타자는 어쩌면 리드오프 1번 타자와 클린업트리오를 연결하는 위치로 팀의 득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로선 8번이던 김선빈이나 대타 신종길을 내세울 확률이 높다. 특히 신종길은 공교롭게도 김주찬이 부상으로 빠진 3일 경기에서 5타수 4안타 6타점으로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타점을 보여주며 맹활약했다.

사제지간인 두 명감독이 다시 활짝 웃을 날은 언제가 될까.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