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 “오늘은 천국 소망품은, 새생명 얻은 날”

입력 2013-04-04 17:31


십자가선교회, 서울역 광장서 노숙인 10명 합동세례식

“천국에 대한 소망을 품은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십자가선교회(대표 이재민 목사)가 4일 서울역 광장에서 가진 합동세례식에서 세례를 받은 노숙인들의 표정에는 숙연함과 감사가 넘쳤다. 길을 잃고 방황했던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며 세상에 빛 되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민(55) 목사는 이날 부활절예배가 끝날 무렵, 10명의 노숙인에게 성부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었다. 이 목사가 “여러분은 하나님 앞에 죄인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기로 서약합니까”라고 묻자, 노숙인들은 “네”라며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노숙인 중에는 사업에 실패해 주정뱅이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다 거리로 쫓겨난 사람도 있었다.

이날 세례를 받은 박병기(가명·60)씨는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왔다. 꼭 변화된 모습으로 가족을 찾을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함께 세례를 받은 강성수(가명·53)씨는 “요즘 성경을 한 장 한 장 읽으며 지은 죄를 회개하고 있다”면서 “세례를 통해 새 생명을 얻은 만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거듭난 노숙인들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20대 후반의 여성은 이날 세례를 받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노숙인들은 떡을 먹고 포도주를 마시며 죄를 회개하는 성찬에 참여했다. 찬양과 춤 등으로 장기자랑을 하며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예배 뒤에는 서울이미용봉사회 회원들이 노숙인들의 머리를 손질해 줬다. 자발적으로 담배꽁초와 휴지 등을 주우며 청소하는 노숙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설교를 한 예장 개혁총연 총회신학연구원 이사장 이강익 목사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며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목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부디 부활하신 예수를 의지하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하나님은 누구든지 어서 오라며 기다리고 계신다”면서 노숙인들이 세례를 받고 천국백성이 된 것을 축하했다.

원플러스 찬양율동신학원 단원들은 ‘갈보리 산 위에’라는 찬양과 율동으로 세례식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원범재 집사는 대금찬양으로 큰 박수를 받았고, 나경화 집사와 신인숙 전도사는 ‘사모곡’과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는 찬양을 은혜롭게 불렀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십자가선교회는 매주 목요일 서울역 광장에 세워지는 ‘거리의 천막교회’다. 서울 합정동에서 목회를 하던 이재민 목사가 노숙인에게 복음으로 새 삶을 찾아주기 위해 2007년 천막예배를 드리며 출범해 이제는 매주 200∼300명이 모이는 규모로 성장했다. 노숙인들이 예수님을 알게 돼 세상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교회의 가장 큰 보람이다.

이 목사는 “거리를 방황하는 자가 아닌, 새 희망을 열어가는 자로 인도해 가는 십자가선교회의 사역은 한국교회의 기도 및 관심과 함께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