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교회 못온다면 교회가 날아간다”… 러시아 정교회 ‘낙하산 사제부대’ 창설 가동

입력 2013-04-04 17:29


러시아군이 ‘낙하산 사제부대’와 ‘공수(空輸) 예배당’을 공개했다고 4일 현지 언론이 전했다. 러시아정교회 사제들이 수송기에 텐트 교회를 싣고 비행하다 특정 주둔지에 낙하한 뒤 곧바로 교회를 조립하고 예배를 인도하는 방식이다.

러시아 공수부대는 최근 모스크바 남동쪽 랴잔 지역에서 진행된 낙하산 사제부대 공수훈련 모습을 현지 언론에 공개했다. 사제 10명은 일반 공수부대원들과 함께 수송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려 간이 교회를 세웠다. 이 교회는 공기주입식 대형 텐트 형태로, 장갑차 등 무거운 군용 장비를 낙하시킬 때 사용하는 플랫폼을 적용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 디젤 연료로 에어컨과 냉장고 가동도 가능하다.

텐트 교회와 함께 제단, 종, 십자가상 등 정교회 의식에 필요한 각종 물품도 박스에 담겨 공수된다. 사제들이 주둔지에 착지해 박스를 풀어 텐트에 공기를 주입하고 내부 장식을 마치기까지 1시간 정도가 걸렸다. 공수부대 관계자는 “낙하산 사제부대의 주된 역할은 군인들의 영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사기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3월 낙하산 사제부대 창설 계획을 밝힌 뒤 1년 만에 실제로 조직된 모습을 공개했다. ‘예산낭비 아니냐’는 반론도 없지 않지만 국방부는 낙하산 사제부대 400명을 육군과 해군에 배치할 계획이다.

러시아군 병력의 3분의 2가 종교를 갖고 있으며, 그 가운데 83% 이상이 정교회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군 관계자는 “이슬람교를 믿는 군인도 있지만 그들은 어디서나 깔개만 있으면 기도할 수 있어 이동식 예배당이 필요 없다”면서 “하지만 정교회 의식에는 성상 등 많은 물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수 예배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이 같은 공수 예배당이 세계 최초라고 자랑했지만 군용 이동식 교회는 이스라엘이 먼저 만들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011년 병사들이 안전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춘 이동식 유대교 회당을 도입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