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화가 렘브란트는 왜 갈색만 고집했을까

입력 2013-04-04 17:33 수정 2013-04-04 20:34


브라이트 어스/필립 볼(살림·2만2000원)

색과 물감은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중개인이자 이 세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이 책의 부제는 ‘수천 년간 지구를 빛낸 색의 과학사’다. 영국왕립화학회 연구원인 저자는 그림의 언어, 즉 색을 통해 화가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는지 과학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화가에게 창조성이 발현되는 계기는 결핍과 풍요다. 너무 가난해서 칙칙한 염료밖에 구할 수 없었던 네덜란드의 렘브란트는 갈색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아스팔트 찌꺼기에서 추출한 흐물흐물한 갈색을 렘브란트처럼 잘 다루는 이가 드물었기 때문에 다른 화가에게는 재앙일 뿐이었다.

반대로 현대 화가들은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청아한 푸른색, 생명력 넘치는 선홍색, 태양빛을 닮은 강렬한 노란색을 만나도 시큰둥하다. ‘팝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로버트 라우션버그는 가정용 싸구려 페인트로 그림을 그렸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성을 위해서였다.

단색을 고집한 프랑스의 이브 클라인, 단색을 발전시켜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프랑스의 카미유 피사로, 색과 빛을 활용한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의 만 레이 등 색채에 매혹되고 안료와 씨름하던 화가들의 얘기가 다소 어려운 화학 용어와 함께 소개된다. 서동춘 옮김.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