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명성황후는 진주 가루로 화장했다는데…
입력 2013-04-04 17:40 수정 2013-04-04 18:05
한방화장품의 문화사/김남일(들녘·1만5000원)
“분을 바르되 연지는 칠하지 아니하고, 눈썹은 넓게 그리고, 세 폭으로 된 검은 비단으로 된 너울을 쓴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1123년 고려에 한 달간 머물며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한 책 ‘선화봉사고려도경’에 나오는 대목이다.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이를 통해 요즘 유행하는 ‘내추럴 메이크업’이 알고 보면 고려 시대 귀부인 사이에서도 유행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처럼 역사의 기록에 남은 한방화장품의 이모저모를 샅샅이 찾아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우리 조상들의 화장법이나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조선 말기 고종의 비(妃)인 명성황후는 진주 가루로 화장한 ‘약간 창백한’ 미인이라는 기록도 남아있다. 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책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명성황후에 대해 “검고 윤기가 도는 머리카락에 피부는 화장을 진주 가루로 해서 약간 창백해 보였다”고 적었다. 또 “눈은 차고 날카로웠는데, 이는 훌륭한 지성의 소유자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외에 옛 문헌을 토대로 고려 시대 해수욕 요법, 숙종의 피부 관리 비결, 온천욕으로 피부 관리를 했던 세종대왕 등 역사 속 미용 발달사를 소개한다. 한의학적으로 한방화장품의 효능도 분석한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