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어머니와 형의 탈북 시도, 내가 밀고했다”
입력 2013-04-04 17:40 수정 2013-04-04 20:33
14호 수용소 탈출/블레인 하든(아산정책연구원·1만8000원)
북한 정치범 수용소인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나 유일하게 탈출에 성공한 신동혁에 대한 이야기다. 1982년 수용소에서 태어나 2005년 중국으로 탈출, 이듬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의 어머니와 형은 탈출을 시도하다 공개 처형당했다. 2007년 한국에서 회고록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통해 끔찍한 수용소 실상을 폭로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의 이야기가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고참 해외 특파원이자 중견 기자인 저자를 통해 다시 세상에 나왔다. 2년간 신동혁을 인터뷰한 저자에게 그는 15년간 숨겨왔던 진실, 어머니와 형을 자신이 밀고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수용소 시절 가족이나 사랑 같은 단어는 모르고 살았기에 총살 순간 양심의 가책보다 “내가 죽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도.
비판을 각오하면서도 털어놓은 건, 죽 한 그릇에 엄마를 밀고하게 만드는 북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책은 발간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북한 인권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환기시켰다. 신동혁은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북한 실상을 폭로하며 북한인권 운동가로 살고 있다. 돌고 돌아 그의 이야기가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는 것 자체가 북한인권에 무심한 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신동숙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