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食育
입력 2013-04-04 17:23
먹는 즐거움은 동서고금을 불문한다. 예부터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의 함포고복(含哺鼓腹)은 태평성대의 대명사였다.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구르메(gourmet·미식가)란 말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요즘 TV 프로에서 음식, 요리 등의 소재를 빼면 볼 게 없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들어 먹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하루 한 끼가 좋다는 얘기부터 조금씩 나눠 대여섯 끼가 적당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비만과 음식 과다섭취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어떻게 먹을 것인지, 어떤 것을 먹을 것인지가 초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의사 이시즈카 사겐(石塚左玄·1851∼1909)이 의식동원(醫食同源)을 강조하면서 먹는 것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식육(食育, food education)을 주장했다. 이어 무라이 겐사이(村井弦齋)가 1903년 당대의 베스트셀러 소설 ‘식도락(食道樂)’에서 이시즈카의 주장을 소개해 식육은 큰 관심을 끌었다. 무라이는 한 발 더 나아가 “애들에겐 도덕·지식 교육보다 식육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먹을 게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인지라 식육은 점차 잊혀졌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식육은 반(反)패스트푸드운동과 더불어 화려하게 부활한다.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2005년 ‘식육기본법’을 만든다. 비슷한 시기 21세기 국민건강증진운동인 ‘건강일본21’ 1차 계획(2000∼2012)도 추진된다. ‘건강일본21’은 총 9개 주제(70개 항목)로 구성됐는데 첫 번째가 바로 영양·식생활 문제였다. 올해부터는 2차 계획으로 이어진다.
1995년 고령화율 14.5%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늘어나는 고령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뇨, 고혈압 같은 대사증후군에 대한 사전 예방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이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2011년 현재 일본 남·여 비만율은 각각 31.7%, 21.8%로 한국의 35.2%, 28.6%보다 낮다.
한국에서도 영양·식생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책은 제각각이다. 식품영양은 신설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영양은 보건복지부, 식생활 교육은 농림축산식품부, 급식 교육은 교육부가 맡는 식이다. 지난 정부가 처음으로 ‘식품’을 부처 이름에 넣어 식품정책을 총괄하는 듯했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으로 더욱 분산돼 관련 정책의 통합·조율이 문제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일본이 2003년부터 내각부에 식품안전 및 소비자정책 담당 특명장관을 두고 식품정책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서둘러 다시 조율해야겠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