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실천 지성·伊 대표작가 ‘안토니오 타부키 선집’ 출간

입력 2013-04-04 17:30


현대 이탈리아 작가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이탈로 칼비노나 ‘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를 떠올리게 되지만, 최근 몇 년째 이탈리아를 대표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는 작가는 안토니오 타부키(1943∼2012·사진)이다.

지난해 3월 68세의 나이로 사망한 타부키의 ‘안토니오 타부키 선집’(전3권)이 출판사 문학동네가 기획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 1차분으로 출간됐다. 타부키는 유럽의 실천적 지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실과 허구의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긴장관계에 놓인 한 인간의 존재방식을 치밀하게 작품으로 형상화한 참여 작가로 유명하다.

1권 ‘꿈의 꿈’, 2권 ‘플라톤의 위염’, 3권 ‘수평선 자락’으로 구성된 선집은 타부키의 실천적 지성을 살필 수 있는 핵심적인 저작이다. 이 가운데 서신, 인터뷰, 논평 등을 모은 ‘플라톤의 위염’은 이탈리아 주간지 ‘레스프레소’ 1997년 4월 24일자에 실린 에코의 ‘지성인 담론’에 맞불을 놓은 화제작이다.

당시 에코는 “집이 불타고 있을 때 지성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하게 상식적인 일은 소방관을 부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타부키는 “소방관의 은유(정치적으로는 아주 올바르다. 자기 집이 불타고 있을 때 누가 소방관을 부르지 않겠는가?)에 기반한 에코의 주장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화재와 건물 붕괴, 그리고 특히 사망자들의 원인이 된 폭탄을 누가 설치했는지 찾아내는 것은 불쌍한 소방관들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논쟁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 경찰국장 살해 혐의로 복역 중인 이탈리아 좌파 지식인 아드리아노 소프리에게 공개 서신을 보내 급박한 시대에 경종을 울릴 지성인의 창조적 기능과 자세에 대해 이렇게 설파한다. “예를 들어 만약 소방관들이 파업 중이라면? 만약 소방관들이 유사하지만 경쟁적인 다른 어떤 기관, 가령 화재 감시원들이라 부르는 기관과 경쟁관계에 있다면? (중략) 혹시 누전일까요? 입주민들의 부주의? 알 수 없는 원인? 물론 그것은 효율적이고 유능하다고 여겨지는 조사관들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서신의 말미에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성인의 깨어있음이다. “물론 움직임의 공간은 협소하고 방은 약간 어둡겠지요. 빛을 밝히기도 쉽지 않고, 게다가 몬탈레가 말했듯, 성냥 한 개비의 희미한 불빛에 만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불빛을 켜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타부키는 책 제목 ‘플라톤의 위염’을 소화시켜야 할 요리의 빈약함(에코의 주장)에 비해 과잉 분비된 위액으로 인해 위염에 걸렸다는 플라톤적 향연에서 따올 만큼 독특한 재치를 보여주고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