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설립자 재판,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

입력 2013-04-03 19:19

1000억원대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4)씨에 대한 재판에서 교비 횡령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3일 오후 2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강화석)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김응식 서남대 총장, 송문석 신경대 총장, 법인기획실 여직원 이모(31)씨 등 3명의 검찰 측 증인을 상대로 이씨의 횡령 여부를 놓고 심문을 벌였다.

김 총장은 “서남대의 경우 등록금 등 180억원의 수익금 중 인건비 등 120억원을 지출하고 나머지는 운영비로 쓸 수 있는 등 등록금만으로도 대학의 전반적 운영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이씨가 법인기획실로 많은 돈을 가져가면서 학교 재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총장이라고 할지라도 재정운영 결정권이 없었으며, 법인 기획실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다”면서 “이씨가 학사 전반에 직접 관여하는 바람에 총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교육부의 감사가 시작되면 이씨가 학교에서 상주하며 교직원들을 감시하고 감사와 관련한 컴퓨터 하드 파손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송 총장도 “(이씨가) 학교 건물 공사장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95억원에 달하는 허위영수증을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고 범죄사실을 인정해 횡령을 주장하는 검찰 측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또 법인 회계 여직원 이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법인 회계장부상 재단 법인의 자금 흐름에 대해 자세한 정황 설명을 요구했다.

검찰이 증인들을 상대로 이씨의 횡령에 대한 범죄사실 입증에 주력하자, 이씨의 변호인도 이들 증인을 상대로 검찰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씨가 교비를 횡령한 것이 아니라 재정이 취약한 4대 대학과 서남대 산하 병원 등에 지원금으로 썼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오후 2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중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남대 설립자인 이씨는 광양 한려대, 광양 보건대를 설립하고 20여년간 전국적으로 6개 대학과 1개 대학원, 3개 고교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교비 등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말 기소됐다.

구속 후 지난 2월 병보석으로 석방됐으나, 고법 항고심에서 보석이 취소되자 최근 대법원에 재항고를 한 상태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