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흔들리는 아베노믹스

입력 2013-04-03 18:44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경제 침체) 탈출을 기치로 내건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흔들리고 있다.

‘2년 안에 2% 인플레이션 달성’이라는 목표에 대해 정권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거창한 ‘경제 재생’의 구호도 시장에는 조바심으로 비치고 있다.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일 중의원에 출석해 인플레 목표치 달성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세계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호기로운 모습과는 달리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 것.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도 1일 중의원에 출석해 “내가 아는 한 어떤 나라도 디플레 타개를 위해 인플레를 유도한 적이 없다”면서 “인플레를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달 29일에도 “디플레 탈출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론하며 “(국제적인) 불안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2년 안에 2% 물가 상승을 달성하겠다”던 신임 총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구로다에게 주어진 시간이 실제론 1년 남짓이라고 전망했다. 1년 안에 최소 1%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시장이 더 이상 참고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시작된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과감한 금융완화 방안과 장기국채 매입, 양적완화 수단의 일원화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장의 예측은 더 냉정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이뤄진 채권 투자자 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일본의 ‘2년·2%’ 물가 목표 달성에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프레데릭 미시킨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일본의 위축된 소비의 원인으로 임금 하락을 지적하며 “일본이 궁극적으로 2% 인플레를 달성할 수도 있겠지만, 2년 안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