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 北 영변 5㎿ 원자로 재가동 발표 이후엔…
입력 2013-04-03 18:39 수정 2013-04-03 21:59
1993년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거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처음 불거졌던 북핵 위기가 20년이 흐른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및 플루토늄 추출 재개 선언으로 한반도는 한층 다양화된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비핵화에서 계속 후퇴하는 북한=북한이 2일 영변 5㎿ 원자로 재가동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기존 6자회담 틀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1993년과 2002년 1·2차 북핵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 2007년 2·13 및 10·3 합의를 통해 대북 경수로 제공, 200만㎾ 전력 공급, 중유 100만t 지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대한 시기마다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핵 카드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해 왔다. 특히 6자회담 합의사항 중 마지막까지 지켜져 온 5㎿ 원자로 불능화 조치가 파기된 것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대화 의지마저 완전히 상실케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플루토늄 추출은 시간문제=북한이 5㎿ 원자로를 재가동키로 한 이상 플루토늄 추출은 시간문제다. 정부는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핵연료 제조공장 재가동이 6개월, 길게는 1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3일 미국의 소리(VOA)방송에서 “재가동에 4∼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폭파한 원자로 냉각탑을 재건설하지 않고 원자로를 변형시키면 재가동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내년 가을이면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6㎏ 추출이 가능하다. 북한은 현재 24∼40㎏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우라늄탄은 더욱 큰 문제다. 한 외교소식통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간과하고 우라늄 농축시설 규모와 개발능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보유량은 40㎏로 추측된다. 우라늄탄 2개 제조가 가능한 분량이다.
◇한층 다종화된 핵위협=북한은 플루토늄, 고농축우라늄(HEU)을 동시다발로 개발해 핵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 한반도는 다종화(多種化)된 핵 위협에 노출될 게 자명하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북핵 안보전략특별위원장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플루토늄을 추출해 핵무기를 추가로 만들 수 있으니 미국, 중국과 협력해 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외교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외교부가 보고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 위협을 계속하는 것은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대화 의지다. 미 행정부와 의회에선 ‘더 이상 북한과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