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업무보고] 파격… ‘현장 목소리’ 생생하게 들어
입력 2013-04-03 18:34 수정 2013-04-03 22:02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는 형식부터 파격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고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1시간 반 동안 벤처기업 대표, 신용불량자 상담사, 기재부와 국세청 사무관 등과 우리 경제 현실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보고는 단 25분 만에 끝났다. 이전까지 일주일 넘게 진행된 타 부처 업무보고가 평균 40분 이상이 걸렸던 데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박 대통령은 토론 첫 순서로 유현오 ㈜제닉 대표이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유 대표는 벤처기업 1세대로서 겪었던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는 “창업 8년 만에 어렵게 증시에 상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다 나가더라. 증시 시장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벤처 1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잘되는 벤처기업을 노리는 대기업의 탐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대처할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느냐.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금융과 세제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가 “정부부처 입찰사업에 참여하려면 과거 실적을 내놓으라 한다. 새로운 기업인데 무슨 실적이 있느냐”고 하자 박 대통령은 즉석에서 “신기술이 역차별 받지 않게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련부처에 지시했다.
신용불량자 금융상담을 하는 안성아 한국자산관리공사 대리는 “본인 잘못이 아닌데도 채무를 지고 보증채무 굴레로 채무불이행자 낙인이 찍히는 서민이 많다”며 “저도 울컥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상담사례를 듣던 박 대통령은 “은행권에선 연대보증이 다 없어졌는데 아직 제2금융권은 남아 있다. 빨리 없앴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황도곤 국세청 사무관은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으로 위장해 조세피난처에 소득을 은닉하는 사례를 추적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하고 대재산가, 고소득자영업자, 민생침해 탈루자 등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과세기반 확충, 차명계좌를 통한 과세회피 사례 등도 대통령에게 자세하게 보고됐다.
박 대통령은 “역외탈세에 엄정 과세하고 불법사행산업, 사금융, 다단계 판매 등에 대해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철저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활력 회복과 세입 정상화를 위해 이른 시일 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해 달라”며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 위주로 추경을 편성하되 국회 이해를 구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현 부총리에게 당부했다. 또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민생의 고통이 커진다. 경제정책 초점을 민생 회복에 맞추고 신속하게 대응해 달라. 경제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