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원내대표 경선 ‘朴心 논란’
입력 2013-04-03 18:25 수정 2013-04-03 22:01
새누리당 초선 의원 모임에 친박(親朴·친박근혜계) 핵심인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과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최경환 의원이 나란히 참석한 것을 놓고 ‘박심(朴心)’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 달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치밀한 물밑경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청와대와 당의 친박 핵심인사가 한자리에 모이자 “청와대가 최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정무수석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 의원들의 정책 연구모임인 ‘초정회’ 월례행사에 참석해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소통’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행사엔 청와대에서 이 정무수석과 김선동 정무비서관이, 당에선 모임 회장인 이현재 의원 등 초선 의원 24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참석 대상이 아닌 최 의원(3선)이 강연 시작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이 정무수석으로부터 마이크를 이어받아 의정활동에 대해 조언하자 장내 분위기가 술렁였다. 한 의원은 “예정에 없이 발언권이 주어져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 관계자는 “모임 관계자가 최 의원에 먼저 전화를 걸어 인사차 잠깐 들르라고 했다. 다른 원내대표 후보자인 이주영 의원에게도 공평하게 기회를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에겐 연락이 오지 않았다. 노골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의원은 출근 도중 행사장을 지나치다 우연히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최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부랴부랴 합석했다. 최 의원 발언 도중 이 의원이 나타나자 일부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등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한다.
당내에선 이 정무수석과 최 의원이 나란히 강연한 것을 놓고 “청와대가 최 의원에게 골을 넣으라고 대놓고 센터링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5월 치러졌던 원내대표 경선에서 선거 하루 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한구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진영 정책위의장 후보의 지역구인 용산구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을 두고 ‘낙점설’이 돌았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는 최 의원이 ‘박심’을 얻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초선 의원들과 청와대 핵심인사가 공개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의원 10여명은 “여태까지 왜 이런 자리가 없었느냐”며 소통 부재를 성토했다. 특히 지난 1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당정회의를 거쳤지만 해당 상임위와 사전 조율이 안됐다” “상임위 의원도 내용을 몰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