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부활절, 일반 언론보도서 홀대받은건 분열 탓”… 한국교회언론회 등 자성 목소리
입력 2013-04-03 18:21
성탄절과 함께 기독교 최대 명절로 꼽히는 부활절이 일반 언론으로부터 천대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드려진 한국교회의 부활절 연합예배는 본보를 제외하고 종합일간지와 방송의 외면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대신 가톨릭의 교황 동정과 천주교회의 미사 장면이 부각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교계는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분열과 교파싸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기독교인들은 물론 일반 언론과 시민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목회자들은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하나 되어 드려지지 못하고 분리돼 드려졌기 때문에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라며 “부활절 연합예배만큼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한국교회의 부활절 연합예배는 크게 둘로 나뉘어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17개 교단이 연합한 한국교회부활절준비위원회 주관 연합예배가 새문안교회에서 드려졌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67개 회원교단이 참여한 연합예배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드려졌다. NCCK와 한기총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공동으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지만 지난해부터 따로 개최하고 있다. 이렇게 둘로 쪼개져 ‘연합’의 의미가 무색해진 것이 일반 언론의 무관심을 초래했다는 게 교계의 분석이다.
임성빈 장신대 교수는 “부활절 메시지 자체가 하나로 나가지 못하게 됐으니 한국교회가 언론의 무관심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며 “섭섭해도 언론만 탓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의 연합예배를 보도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 제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언론 입장에선 아예 둘 다 보도하지 않고 천주교 행사만 다루게 됐다는 지적이다. 천주교는 때마침 새로 선출된 교황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올해 부활절 보도에서 개신교가 사라진 것은 개신교의 존재감이 세인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예전부터 한국교회 연합의 상징으로 매우 중시된 부활절 연합예배가 지금은 약화돼 교회분열 현상만 드러내고 있다”면서 “한국인의 4분의 1이 믿는 종교를 언론이 등한히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한국교회가 먼저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 오정호 목사는 “각 교단과 연합기관이 부활절만큼은 사심을 버리고 일치돼야 한다”면서 “언론들도 개신교가 1000만명의 국민이 믿는 종교임을 감안해 교회를 좀 더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