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메시 황금발 대결 무승부

입력 2013-04-03 18:16

잘생긴 외모의 ‘프리킥 마술사’ 데이비드 베컴(38·파리 생제르맹·PSG). 조그만 체구의 ‘드리블 마법사’ 리오넬 메시(26·FC 바르셀로나). 두 축구 영웅이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베컴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요정족 같았고, 메시는 호빗족 같았다. 둘은 경기 전 악수를 나눴고, 휘슬이 울리자 황금발 대결을 벌였다. 베컴은 여전히 위력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반면 메시는 제 기량을 다 보여 주지 못하고 부상으로 쓰러졌다.

베컴과 메시는 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PSG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에 나란히 선발 출장했다. 결과는 2대 2 무승부. 두 팀은 11일 2차전에서 4강 티켓을 놓고 다시 맞붙는다.

승부 못지않게 두 스타의 대결에 관심이 쏠린 경기였다. 지난 2010년 AC밀란(이탈리아) 시절 이후 3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한 베컴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베컴은 경기가 시작되자 ‘지구대표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자로 잰 듯한 패스 실력을 뽐내며 팀의 공격과 수비를 지휘했다. 그의 발끝에 따라 경기의 고저장단이 바뀌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선 키커로 나서기도 했다. 볼의 속도와 궤적은 전성기 때만 못했지만 여전히 매서운 킥이었다. 이날 69분을 소화한 베컴은 경기 후 “오늘 경기는 참 즐거웠다”며 “경기 초반에 만든 기회를 살렸다면 오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PSG가 2차전 원정에서 이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승부에 대한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메시는 경기가 시작되자 부지런히 움직이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38분엔 다니엘 알베스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전반이 끝나기 직전 갑자기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다. 메시는 결국 후반 세스크 파브레가스로 교체됐다.

스페인 언론들은 메시의 부상에 대해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부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만일 메시가 햄스트링을 다쳤다면 적어도 1∼2주는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8강 2차전에 메시가 출장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졸지에 메시를 잃은 바르셀로나는 후반 35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PSG)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44분 사비 에르난데스의 페널티킥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경기 종료 직전 블레스 마튀디(PSG)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