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통행 제한] 우리 근로자들 “北 세관 직원, 평소와 달리 지갑 속까지 검사”

입력 2013-04-03 18:08 수정 2013-04-03 22:14


“평소와 달리 입경할 때 세관직원이 지갑 안까지 샅샅이 검사했어요. 세관대 앞에는 평소 한 명뿐이던 군인이 3∼4명 무장을 하고 서 있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경을 불허하고, 남쪽 귀환만 허용한 3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 입경통로로 들어온 김모(48·여)씨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휴대전화 액세서리업체 직원인 김씨는 “오전 10시쯤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측으로부터 출경이 금지됐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평소와 달리 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은 말수가 적었고, 우리 근로자들도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같은 업체 직원인 30대 남성 김모씨는 “북한 세관직원이 나에게 ‘오늘 출경이 왜 금지됐는지 아느냐’고 묻기에 ‘모른다’고 답했더니 다짜고짜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차량 검사를 하는 곳 근처에는 군 장교로 보이는 이들이 여러 명 서 있었는데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공단 내 조업은 평소와 다름없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입경한 노모(44·여)씨는 “개성공단 내부 분위기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며 “천안함 사건을 겪어봤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씨와 함께 입경한 한 남성은 “그저 내일 들어갈 수 있길 바랄 뿐”이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근로자들은 출입금지 장기화와 그에 따른 인력 수급, 부식 및 자재 공급 차질 등을 특히 우려했다. 오후 4시 입경한 봉제업체 직원 김모(53)씨는 “현재 공단 내에서는 부식자재 문제가 가장 절실하다”며 “매점도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2∼3일도 못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내에서 남측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식당 2곳 중 1곳은 4일까지 차가 못 들어가면 식자재가 바닥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1시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경의선 CIQ 차량게이트와 도보 통로로 입경한 근로자는 총 33명이다.

한편 오전 출경 승인을 받지 못한 남측 근로자 179명과 차량 153대는 대부분 발걸음을 돌렸다. 공단 근로자들은 4일 다시 개성공단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현재로선 불가능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을 운영하는 박모(50)씨는 “오늘 입경했다가 돈을 받고 내일 돌아갈 생각에 차 기름값도 안 가져왔다”며 “정부가 나서 하루빨리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주=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