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끝내 남북관계 보루마저… 北, 개성공단 볼모잡기

입력 2013-04-03 18:01 수정 2013-04-03 22:10


북한이 3일 우리 측 근로자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출경을 차단했다.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인식되는 개성공단이 2003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개성공단으로 유입되는 ‘달러’가 끊기는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오전 8∼9시 사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우리 측 인원의 진입을 금지하고 남측으로의 귀환만 허용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리 측 인력 484명은 오전 일찍부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머물다 개성공단으로 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861명(외국인 7명 제외) 가운데 33명이 이날 귀환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강한 유감 표명과 함께 개성공단 출입경의 즉각적인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민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대책을 마련 중이며, 군사조치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도발 위협과 관련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차단은 군사적 위협의 연장선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미군은 요격용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 구축함 매케인호와 탄도미사일 탐지용 이동식 레이더인 SBX-1를 한반도 해역에 배치하는 등 한반도에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 개성공단 위협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도 “북한이 최근의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상황도 이야기하면서 개성공단 출경 금지를 통보했다”고 했다.

또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경제적 이득만 취한다는 비난에 자존심이 상해 개성공단 출경을 차단했다는 말도 나온다. 따라서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도발 등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정상 가동됐던 개성공단이 결국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보다는 한반도 긴장 고조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분석이다. 실제 북한은 2009년 3월 9일부터 20일까지 ‘키 리졸브’ 한·미 연례연합훈련 당시에도 세 차례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했지만 폐쇄까지는 하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폐쇄를 위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라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압박의 한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 강경한 태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출입을 완전히 폐쇄해 우리 측 인원을 억류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