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화기가… 2012년 163명 살렸다
입력 2013-04-03 18:03 수정 2013-04-03 22:21
투신 기도자 ‘SOS생명의전화’ 상담 통해 발길 돌려
대학생 김연지(가명·20·여)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9시15분쯤 서울 마포대교를 홀로 찾았다. 부모의 외면과 주변의 따돌림에 괴로워하던 김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에 지방에서 낯선 서울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그녀에게 다리 난간에 설치돼 있는 ‘SOS생명의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는 문구가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리고 13분간 진행된 전화 상담을 통해 그녀의 굳은 마음이 녹아내렸다. 한국생명의전화 우혜진 상담사는 “자살 시도 경험도 있었고 충동적으로 뛰어내릴 위험도 커 우선 생명의전화 사무실을 방문할 것을 설득했고 그날 밤 직접 마중 나가 만났다”면서 “상담 과정에서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생명의전화 연계로 자살 시도자 치유 그룹홈인 ‘마음쉼터위드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김씨처럼 자살하러 한강다리를 찾았다가 ‘SOS생명의전화’를 통해 발길을 돌린 자살 시도자가 지난해 163명에 달한다고 3일 밝혔다. SOS생명의전화는 자살 시도자의 마음을 돌리도록 유도하거나 자살 시도 광경을 목격한 시민이 신속하게 119에 신고할 수 있는 긴급 전화다.
생명보험재단은 생명의전화, 서울시와 함께 2011년 7월부터 한남·마포·한강·원효·서강대교 등 한강다리 5곳에 4대씩 모두 20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전체 전화 상담 163건 중 72%(118건)가 마포대교에서 걸려왔고 한강대교(25건) 한남대교(11건) 원효대교(9건) 등 순이었다. 또 상담의 58%(95건)는 저녁 6시부터 자정 사이에 이뤄졌다. 상담 유형은 진로 문제가 24%(40건)로 가장 많았고 이성 문제(22건), 생활고(18건), 고독(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62.6%)이 여성(37.4%)보다 2배나 많았다.
생명의전화 나선영 국장은 “자살 시도 대부분은 한 순간의 감정 변화로 인해 일어나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