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근무 없앴지만, 수당 달라는 현대기아차 노조
입력 2013-04-03 18:02 수정 2013-04-03 22:10
현대·기아차가 ‘노조 특근 거부’라는 복병을 만났다. 밤샘근무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심야특근 때 받았던 임금을 보전해달라며 노조가 주말 특근을 한 달 이상 거부해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 그룹의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에 수출한 물량이 8만6633대로 지난해 3월보다 28%나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파업으로 31% 수출이 감소했던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회사 측은 지난달 9일부터 30∼31일까지 노조가 4주 연속 주말특근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노조가 특근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문제다. 현대차는 노사 합의 아래 지난달 4일부터 주야 2교대근무를 주간연속 2교대제 체제로 전환했다. 평일 근무는 ‘10시간(주간조)+10시간(야간조)’에서 ‘8시간(1조)+9시간(2조)’으로 바뀌었다. 주말특근은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일요일 오전 10시까지 1개조가 14시간을 근무했던 것에서 ‘8+9시간’ 2개조로 변경됐다. 회사 측은 1인당 근무시간이 14시간에서 8시간 또는 9시간으로 준 데다 심야특근이 없어졌으므로 최대 평일 낮 근무의 350%에 달하는 심야 특근수당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노조는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라인가동 속도가 빨라지고 노동 강도도 높아진 만큼 할증된 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동차 메이커의 제조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 지표로 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HPV)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14.6시간, 베이징 공장이 19.5시간인 데 비해 현대차와 기아차 국내 공장은 각각 31.3시간과 28.9시간이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1시간이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국내에서는 2시간이나 걸린다는 의미다. 현재 현대·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연평균 소득은 1억원가량 된다.
현대차 내부에선 노조의 주말 특근 거부가 계속될 경우 생산차질이 빚어져 올해 판매 목표인 741만대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계 역시 현대차 노조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다른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