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온실가스 줄이자”… 탄소배출권 사들여 소각
입력 2013-04-03 17:59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시민들이 돈을 모아 기업의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소각했다. 유럽 환경단체들이 벌여온 배출권 소각운동이 국내에도 상륙한 것이다.
착한탄소기금 준비위원회는 3일 서울 광화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탄소배출권 소각 행사를 갖고 1859t 분량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폐기했다. 소각된 배출권은 지역난방공사가 2009∼2011년 대구와 전남 신안군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여 확보한 것으로, 착한탄소기금이 361만원에 사들였다. 착한탄소기금은 배출권 매입에 참여한 기부자 30여명에게 소각증서를 전달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도입됐다. 각 기업이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 쓰지 않을 경우 남은 분량만큼의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기업이 사들일 경우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어 이 배출권을 시민이 사들여 없애버리자는 게 배출권 소각운동의 취지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세계에서 이런 식으로 소각된 배출권은 12만1234t에 이른다. 유럽에서는 2001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U ETS)가 도입돼 기업 간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선 2015년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번 매매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통해 이뤄졌다.
착한탄소기금의 배출권 매입은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창업벤처 동아리 학생과 식품자원경제학과 양승룡 교수가 환경연합에 제안해 이뤄졌다. 이들은 유럽 환경단체들이 시민사회의 도움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소각하는 감축 프로그램을 참고해 국내 도입을 기획했다. 임송택 착한탄소기금 공동위원장은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3.8t에 달하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여서 온실가스 감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배출권 소각이라는 개념이 생소해 모금은 걸음마 단계지만 시민들이 낸 기금이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